day or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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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어서 글을 못 쓰고 있었는데요. 한국 선거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오늘은 미국 대선 상황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미국 대선은 올해 11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공화당은 일찌감치 트럼프로 후보가 정해진 상황입니다.

 

당연히 민주당 경선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초반 구도는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조 바이든, 피트 부티지지, 이렇게 4파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선 경선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티지지가 깜짝 1위를 했어요. 2위는 샌더스, 3위가 워런이었고요. 바이든은 4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였지요.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만 보면 사실상 바이든은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부티지지는 초반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점점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이든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었고요. 그 틈을 파고들어 샌더스가 연이어 뉴햄프셔, 네바다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세론을 타는 듯 했습니다.

 

이에 미국 민주당 주류는 패닉하기 시작합니다. 민주당 주류 입장에서 샌더스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후보거든요. 참고로 미국 민주당은 주류인 중도(moderate) 세력과 비주류인 진보(progressive) 세력으로 러프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낸시 펠로시 등 전통적인 민주당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민주당의 주류세력이자 중도 리버럴 세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민주당의 지나친 좌경화를 우려하고 있었고, 사회주의자 샌더스가 민주당의 후보가 되면 중도층 표심이 트럼프로 넘어갈 것이라 판단해, 바이든을 차기 후보로 밀고 있었어요. 근데 바이든이 경선 초반부터 폭망하고, 부티지지도 못 미덥고, 샌더스는 파죽지세고. 패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당 주류는 블룸버그 대안론을 띄웠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전직 뉴욕시장으로 행정경험까지 쌓은 마이클 블룸버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 속했던 적이 있는 대표적인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정치인입니다. 지난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었고요. 트럼프보다 재산이 20배나 많은 블룸버그는 무려 6600억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출하며 민주당 경선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토론에서 크게 부진하고, 유권자들의 호응을 별로 얻지도 못하였습니다. 금권선거라는 비판에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지요.

 

그러던 와중에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이 치러졌고, 거기서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바이든이 1등을 합니다. 그냥 1등이 아니라 거의 50%에 가까운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지요. 낙마 위기에 처했던 바이든은 기사회생하고,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합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바이든은 흑인들한테 인기가 꽤 좋아요.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했던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런거 같습니다. 반면 샌더스는 유난히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편입니다.

 

그렇게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이든, 부티지지, 블룸버그 사이에서 고민하던 민주당의 중도 표심이 바이든으로 확 쏠리기 시작합니다.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바이든이 압승을 거두고, 부티지지와 블룸버그가 사퇴하면서 중도 후보가 조 바이든으로 단일화되었습니다. 부티지지와 블룸버그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고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에이미 클로버샤라는 군소 후보도 있었는데, 이 사람도 중도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했습니다.

 

한편,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참패한 엘리자베스 워런 역시 후보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워런은 진보 성향의 후보지만, 사퇴한 워런의 표가 전부 샌더스한테 가고 있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워런을 지지했던 표심이 바이든과 샌더스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 지지자들과 워런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워런 지지자들 중에는 평소엔 무소속으로 정치하다가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샌더스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 있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무엇보다 워런 본인이 특정 후보 지지 언급을 아예 안 하고 있고, 바이든, 샌더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어제 미시간 경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하고 샌더스가 참패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거의 9부 능선까지 왔습니다. 미시간은 대선 때마다 표심이 바뀌는 스윙 스테이트로,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지난 대선 때는 트럼프가 러스트벨트 민심을 잘 공략한 덕분에 미시간에서도 힐러리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2016년 민주당 경선 때는 미시간에서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경선에서는 미시간이 샌더스가 아닌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러스트벨트에서 바이든의 경쟁력이 샌더스의 경쟁력보다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입니다.

 

미시간에서의 패배로, 사실상 샌더스는 끝났습니다. 나는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어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이 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참 만족스럽습니다. 샌더스는 절대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입니다. 바이든이 민주당에서 후보 지명을 받고 본선에서 트럼프와 맞붙게 된다면, 나는 바이든이 승리하길 바라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같은 자격미달을 백악관에 저렇게 오래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꺾을 가능성이 높은 후보고,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 운영도 무난하게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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