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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9년 3월 말, 불과 1년 전 저는 정x영 사건에 대한 글을 쓰며 말했습니다. 성범죄와 불법촬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악한 행동이라고. 이는 사회적 살인이며 인격 살인이라고.

딱 1년 만에, 아니 그전부터 이를 훨씬 뛰어넘는, 아니 인간이 한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만큼 끔찍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들을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이 사건은 반드시 재발한다.

정x영 사건 때도, 버닝썬 사건 때도 분명히 말했습니다. 단죄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분명히 다시 생길 거라고. 힘 있는 자, 유력 정치인과 친한 자, 유명 연예인 등은 그 어떤 죄를 짓고도 웃으며 군대로 도망치는 나라.

무슨 짓을 하고도 돈만 있으면, 권력만 있으면 용서된다는 면죄부를 주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가족과 딸, 여자 친구가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N번방 가입자 수만명을 그 어떤 예외도 없이, 전부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분명히 재발할 것입니다.

 

2. 국격이 있는 나라라면 이를 단죄해야 한다.

아무리 부패한 나라라도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해서만큼은 세상 어디에서도 용서가 없습니다. 기본형량이 수백 년입니다. 절대로 보석으로 빠져나올 수 없도록 범죄자 일가의 재산을 분명히 파악한 뒤에 그 이상의 형량을 구형합니다. 그래서 700년이니 1200백 년 등의 구형이 떨어지는 겁니다.

 

N번방 가입자 수만명 중에 상당수가 10대~20대라고 합니다. 어리다고 해서 너그러운 기준을 제시해선 절대 안 됩니다. 가해자의 인권과 미래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의 인권과 미래가 훨씬 더 중요하며, 엄중한 처벌과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만 가해자들의 인성이 더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혹시나 이번에도 재벌가 자제나 정치인 아들들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신상공개가 미뤄진다면, 만약 이 사건마저도 버닝썬처럼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다시는 그 어떤 정치인도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남성, 여성, 그 어떤 이념도 상관없습니다. 인간이라면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는 범죄입니다.

 

 

 

3. 피해자들은 평생 고통 속에 산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흔히 말하는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준이 아닌 극심한 우울증과 공포에 떨며 삽니다. 모든 인간관계와 일상이 파괴되고, 학교, 식당, 길거리 그 어디에도 마음 편히 갈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 심지어 집에서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지요. 지인 중 누군가 내 영상을 보았을까 봐 인터넷도 맘 편히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일상과 미래가 송두리째 짓밟힌 것입니다. 왜 이래야 하나요. 왜 가해자들은 뻔뻔히 잘 살고 있는데 피해자가 죄인이 되고 숨어야 합니까.

 

4. 가해자들은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절대로, 절대로 반성하지 않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충동적인 살인은 가능해도, 충동적인 성범죄는 불가능합니다. 철저한 계획과 의도, 타인의 인격을 능욕하겠다는 비열한 계획을 수백 번 자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한 것입니다. 호기심? 실수? 절대로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N번방에 가입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치밀함과 비겁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단순 호기심으로 그러한 귀찮은 과정들을 굳이 감수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렇게 이슈가 된 뒤에 급히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행적을 지우고, 빠져나갈 변명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은, 절대로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습니다. 용서와 선처라는 말은 기회를 주면 계도가 가능한, 반성이란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격체에게 수여되는 말입니다. 이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불행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슬프게 한 것은 물론,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 느끼게 해 준 소름 끼치는 범죄입니다. 그야말로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인 것입니다.

제발 이 사건만큼은 대한민국의 법이 돈과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http://m.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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