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추대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WTO에 입김이 센 미국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겠다고 나서면서다.
WTO사무총장 추대가 미·중 통상갈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복합방정식을 풀 묘수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의 자랑이 되길
29일 외교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가 지난 19~27일 두 후보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오콘조 이웰라 전 장관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오콘조 이웰라 후보는 총 164개국 중 10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있다.
양 후보자 간 격차는 크지만 아직 WTO 내 컨센서스(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WTO 내 영향력이 큰 미국의 ‘비토권’이 거세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며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교섭과 무역정책 수립에 두드러진 경력을 쌓은 통상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WTO의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모든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였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비토권’을 행사한 것은 아프리카 출신의 수장이 앉으면 세계보건기구(WHO)처럼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강력한 원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지지는 ‘양날의 칼’이다.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자칫 미·중 갈등이 확대되면 WTO 교착상태가 커질 수가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 유 본부장에 대해 반대로 ‘비토권’을 행사하면 제3자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승산 없는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보면서 시나리오별로 점검하고 있다”며 “여러 국가 간의 이해관계도 함께 고려하면서 적정 시기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국제법과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WTO 다자주의 위기 가져온 트럼프 행정부에 밀착한 인상을 주면 다수의 지지를 포용하기 어려워진다”며 “무역이익 독점 반대, 코로나 극복 국제연대 등 독자적 소통 강화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 지켜보면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164개국의 만장일치 추대 형식이다. 내달 9일까지 회원국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WTO 사상 최초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사무총장 임기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는 합의안도 나올 수 있다.
지난 1999년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까지 경합했다. 두 후보의 혼전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자 WTO는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각각 3년식 나눠 맡도록 했다. 외교가에서는 WTO 논의 결과에 따라 두 후보가 번갈아 맡는 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로 나선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의 강한 지지 표명이 '변수'로 등장하였다.
당초 WTO는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더 많이 득표한 응고지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를 추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유 후보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최종 선출을 위한 후속 협상 절차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에 한국 정부 입장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부 역시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향후 절차에 대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WTO가 최종 선출자를 승인하는 내달 9일까지 한국의 결정과 향후 미국의 대응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전날 밤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하였다.
득표 수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나이지리아 매체 등 외신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60~70표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정부 예측치를 훌쩍 웃돌며 유 후보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는 표차였다.
변수는 발표 직후 등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식 성명을 내고 유 본부장 지속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대표부는 성명에서 "유 장관은 25년 동안 성공적인 무역 협상가이자 정책 입안자로서 두각을 나타낸 진정한 무역 전문가"라며 "WTO는 중대한 개혁이 절실하고 현장에서 실제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WTO에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행보는 대개 선호도 조사에서 한 쪽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바로 추대하던 기존 관행을 깬 것으로, 외신에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회원국들을 분노하게 만들며 사무총장 선임안에 반대했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거부로 선거가 혼란에 빠졌다"고 하였다.
특히 미국과 함께 WTO 회원국 내 무역 강대국인 유럽연합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중국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미중갈등' 양상으로 치닿는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선호도 조사 결과 이후 최종 선출을 위한 컨센서스 도출 협상이 절차상 있는 데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유 후보가 당장 사퇴 압력을 받을 필요는 없다. 특히 비공식 물밑 협상에 기반하는 후속 협상의 경우 무역 강대국이 입김이 크게 반영되는 만큼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유 후보의 당선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차기 총장 승인을 위한 특별 일반이사회가 개최되는 내달 9일까지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전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 발표를 주무 부처에 맡기면서도 "한 가지는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 WTO 선거 절차상 선호도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나이지리아 후보의 구체적인 득표수가 언급된 일부 보도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특별이사회 등의 공식 절차가 남아 있고 남은 절차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부처가 설명을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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