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효력을 멈춰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은 오는 2일 예정됐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거론하며 집행정지를 하더라도, 징계위 이후엔 (해임 등 의결에 따라) 실익이 없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윤 총장이 "직무정지 명령을 집행정지 해달라"며 낸 신청사건을 일부 인용하였다.
당초 윤 총장은 직무정지 명령의 위법성을 다투는 본안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본안사건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본안사건이 진행되려면 상당시일이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윤 총장의 요청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라는 3가지 측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윤 총장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하였다.
재판부는 우선 이번 직무정지 명령으로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검찰총장 또는 검사로서의 직무정지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 뿐만 아니라 사후에 윤 총장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되기 어려운 성질이라는 것
재판부는 "신청인(윤석열)의 직무정지가 지속될 경우 (검찰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7월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신청인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른다"며 집행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꾸짖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 심문기일에 출석한 추 장관 측 법률대리인은 오는 2일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해 징계가 내려진다면 법원의 앞선 결정은 물론이고 직무정지 취소를 다투는 본안소송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처분이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러한 사유만으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신청인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인 상태에 두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추 장관 측이 수사 대상자이며 징계혐의자인 윤 총장이 검찰사무를 총괄했을 때 공공복리에 생길 위험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그 공공복리가 윤 총장이 입을 손해보다 중대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직무정지 권한을 행사하는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법무부 장관의)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이고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장관의 재량 규정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선 윤 총장에 대한 징계사유의 유무를 심리하거나 판단하진 않았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추 장관) 처분의 집행이 정지된다고 해서 신청인(윤석열)에 대한 징계처분과 관련해 사법적 심사가 선행돼 삼권분립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징계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추 장관 측이 제기한 우려를 일축하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처분에 불복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향후 징계가 의결돼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소송으로 맞설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련의 조치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그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추 장관은 "국가기관의 안정적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윤 총장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두 사람이 이미 각자의 답을 정해놓은 수평선 싸움이어서 향후 법원의 판단과 감찰위, 징계위 등 절차가 이 답을 바꾸는 변수가 되긴 어렵다는 분석
윤 총장 측은 3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재가하더도 아무런 얘기 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볼 수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윤 총장은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추 장관의 주도로 이뤄진 징계는 부당하기 때문에, 끝까지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적인 불신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지난달 국감에서도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다"고 말하였다.
윤 총장은 이날 법원의 집행정지 심문에서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절차일 뿐이라는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었다.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편해진 검찰총장을 쫓아내고자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을 함으로써 사실상 즉각적으로 해임했다"는 것.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정권의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려 한다"며 불편한 속내도 내비쳤다. 추 장관의 처분을 막지 못한다면 "역사적 판단으로 남을 것"이라며 조치의 위법·부당성과 불복 의지 역시 다시 한번 보였다.
그러나 윤 총장의 불복 의지만큼 추 장관의 강행 의지도 완강하다. 추 장관 측은 집행정지 심문에서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행정부와 법무부, 검찰청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있다"며 "국가기관의 안정적 운영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사실상 국정운영을 흔들고 있다고 본 셈이다.
추 장관 측은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징계 절차와 수사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임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징계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설명이다. 현재 윤 총장의 징계 청구와 수사 의뢰는 모두 추 장관이 내린 조치.
추 장관 측은 특히 12월 2일이면 징계가 의결되는데 왜 굳이 집행정지를 신청하냐는 취지의 말도 꺼냈다. 징계위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도 직무정지 처분의 수준에 맞는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한다.
결국 윤 총장의 불복 소송과, 추 장관의 징계 강행으로 접점 없는 대치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나올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과 감찰위·징계위의 결정은 두 사람에게 서로 징계 이후 행보에 대한 법적·정치적 명분만 제공할 뿐 징계와 불복 구도의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집행정지 사건이 징계위에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실제 결정은 어차피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거라 아무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 장관의 결론은 이미 해임 수순으로 가는 것이고, 윤 총장은 거기에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나서는 정치적 해법이 강대강 대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추 장관은 징계 절차를 중단하고, 윤 총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카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30일 열린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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